'지존파' 연쇄살인 사건 수사 주역 고병천 전 강력반장 별세, 향년 76세

[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1990년대 초 전국을 뒤흔든 충격적인 연쇄살인 조직 '지존파' 검거를 이끈 베테랑 형사 고병천씨가 지난 23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 지존파 사건의 범인들을 검거한 고병천 경위를 격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 지존파 사건의 범인들을 검거한 고병천 경위를 격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94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6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수원경찰서와 서초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며 '명탐정'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수사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1994년 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시절에는 상류층을 표적으로 한 잔혹한 납치살인 사건을 저지른 지존파 일당의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형사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범죄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지존파는 두목 김기환을 중심으로 조직된 범죄 집단으로, 1993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총 5명을 살해했다. 그들은 피해자를 납치한 후 특수 제작된 '살인 공장'에서 감금하고 살해했으며,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담력을 기른다는 명목으로 인육까지 섭취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고 병천 반장은 치밀한 작전 계획과 추적 끝에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했으며, 이 공로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표창을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존파'라는 이름 자체가 고인이 붙였다는 사실이다. 원래 조직원들은 자신들을 그리스어로 야망이라는 뜻의 '마스칸'이라 불렀으나, 이 명칭이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변경했다.

고병천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사진=연합뉴스]

고병천 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 [사진=연합뉴스]

그 외에도 온보현 택시 납치 살인 사건과 유명 디자이너 앙드레김 씨를 협박한 권총 협박 사건 등 주요 강력범죄들의 해결에도 크게 기여했다.

30여 년간 축적된 풍부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어느 난쟁이의 우측통행>(2007)과 <엄마 젖이 달았어요>(2023) 등의 수필집과 웹소설 <지존파 강력반장 고병천>(2021)도 출간하며 후배 형사들에게 귀중한 조언을 남겼다.

2009년 퇴임 이후 건강 악화로 디스크 수술과 뇌졸중 치료를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병석에서도 간호사를 비롯해 돌보는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많다.

유족 측에 따르면 빈소는 서울 송파구 소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 절차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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